강원도 속초시, 김소월의 시가 쓰인 붉은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초록빛 정원이 가득한 집이 있다. 가든 디자이너가 직업인 아내가 직접 가꾼 정원. 시골 정취를 닮아 화려하기보다 소박한 모습은 손수 고친 오래된 집과 잘 어울려 보인다. 처음엔 잡초만 무성했던 폐가였지만, 부부는 집을 안온하게 앉힌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고. 한눈에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데, 무려 100년 된 한옥을 그대로 뜯어와서 조립한 것이다. 오래된 느낌 그대로 살리기 위해 낡은 샷시도 일부러 교체하지 않았다. 튼튼한 서까래와 기둥이 잘 받치고 있어 크게 손 볼 데도 없었다. 옛날 한옥의 서까래가 그대로 남아있는 안방은 합판을 뜯어내고 목재를 덧대어 오래된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이 집에서 가장 큰 방은 영동 겹집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겨울이면 추위를 막기 위해 방을 앞뒤로 배치하여 가운데 문을 달아 분리한 공간인데, 문을 뜯어내고 큰 응접실로 사용하고 있다. 응접실의 온돌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남편이 깔았는데, 온돌 학교에서 배운 솜씨이지만 아내 눈에는 여전히 어설프다고. 남편의 취미라고 할 수 있는 목공. 그 실력을 발휘하여 가장 공들여 꾸민 곳이 주방이라는데, 오래된 한옥과 어울릴 가구를 손수 만들었다. 천장에는 보들과 서까래가 모여서 우물 정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나무의 모양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우물천장이 매력적이다. 한옥 부엌 원형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던 터라, 불편함도 감수하고 마루와 주방 사이에 단차를 그대로 살렸다. 주방과 연결된 작업실은 원래는 소를 기르던 외양간이었는데, 이제는 업무를 하거나 통창 너머로 아름다운 정원의 풍광을 내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오래된 한옥에서 사는 불편함보다 옛것의 매력을 느끼는 부부. 근심을 떨쳐내고 초록빛이 드리운 정원을 가꾸며 새로운 삶으로 향해가는 집에 초대한다. #건축탐구집 #정원디자이너 #한옥조립 #오경아가든디자이너 #100년된집 #집고치기 #리모델링 #가드닝